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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영업 전 준비와 커피의 추출과 맛의 관계

카페의 카운터에서 추출하기까지

이제 카페의 카운터에서 추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조금만 알려주려고 합니다. 사실, 모두가 상상하는 만큼의 시간은 걸리지 않습니다. 기본 추출과 맛의 컨트롤 법칙을 확실히 익히고 손님맞이의 기본을 마스터하면, 빠르면 6개월 만에 카운터에 설 수 있습니다. 자질과 태도, 가치관이나 사람을 대하는 능력 등의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추출의 구조와 법칙을 이해했을 때 대부분의 직원들이 그 기간 안에 어느 기준 이상으로 퀄리티 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물건의 위치를 바꾸고 종이를 접는 등 질적인 변화가 요구되지 않는 일로, 누가 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작업부터 배우게 됩니다. 물건의 사용법을 몸에 익힌다고 봐도 좋습니다.

아침이라면 영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물을 끓이고, 직원들이 커피를 내리는 데 필요한 물품을 준비합니다. 이 준비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고 한발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여기까지 가능해지면, 어떤 배려가 필요하고 지금 무엇을 하면 순조롭게 진행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판단과 지혜가 필요한 작업을 서서히 늘려갑니다. 행주 한 장을 짜더라도 물기를 얼마만큼 남기고, 어느 타이밍에 사용할지를 생각하는 섬세한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호수 위를 헤엄치는 백조는 수면 아래에서 아무리 발을 허우적대도 그 모습을 느낄 수 없는 우아함을 지녔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뒤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손님이 알아차리는 일 없이 가게 전체가 편안한 공간이 되도록 정성을 다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먼저 직원들을 위해 개점 전에 커피를 내리고, 직원들과 나 역시 맛을 봅니다..

부담스러운 카운터 앞에 서기 전, 자신 있게 커피를 내놓을 수 있도록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매장에서는 주문을 받고, 단골손님이 주문하는 메뉴와 취향, 서비스의 타이밍을 배웁니다. 가게 앞을 쓱 지나가기만 해도 '저 손님은 담배를 사러 갔다가 커피를 마시러 오니 슬슬 원두를 갈아야겠다' 고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카운터에 설 무렵에는 20종류 이상의 커피 메뉴를 틀리지 않고 추출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준비와 손님맞이를 하며 기른 마음가짐이, 커피를 추출할 때도 우러나기 마련입니다. 커피를 대하는 자세와 미래를 향한 희망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단단한 기둥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렇게 카운터에서 서서 단골손님과 소통하며 각자 성장해가는 것입니다.

추출과 맛의 관계, 어떤 맛을 뽑아낼 것인가

커피 추출에 관해서는 수많은 책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커피에 관한 책의 80%는 추출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침지식으로 '너무 오래 추출하면 잡미가 생긴다' 든가, 투과식에서는 '맛있는 성분이 먼저 나온 후에 잡미가 흘러나온다' 든가 하는 설명이 일반적입니다. 추출 후반에 잡미가 빠져나오므로 적절한 타이밍에 추출을 마치는 것이 포인트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분명, 모델 시뮬레이션에서도 어느 시점을 지나면 물에 용해되기 어려운 성분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에 용해되기 어려운 성분 중에는 '맛없는' 성분이 포함될 것입니다.

하지만 커피의 맛은 그 안에 포함된 다양한 성분이 복잡하게 얽혀서 지각됩니다. 각각의 맛이 서로 상쇄되어 표현되는 맛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커피맛 성분으로는 신맛, 깔끔한 쓴맛, 깊이 있는 쓴맛, 날카로운 쓴맛, 불쾌한 탄맛, 떫은맛, 단맛 등이 있습니다. 각각 맛의 관계성에 관해서는 나중에 설명으로 맛을 컨트롤하는 법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무작정 ' 물에 녹기 어려운 성분' = '맛없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물에 용해되기 쉬운 성분인 신맛 중에도 아주 시큼한 유기산이나 떫고 시큼한 카페 산(caffeic acid) 등 맛없는 친수성 성분이 존재하며, 용해되기 어려운 친유성 성분에도 맛없는 성분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불쾌한 탄맛'이라 불리는 친유성이 높고 쓰며 떫은맛을 가장 강렬하게 맛없다고 느끼므로, 이러한 요소가 빠져나오지 않게 적절한 시간 안에 추출을 마치는 것이 포인트"라고 커피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설정한 조건에 따라 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론적으로 고찰하고, 실제 추출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침지 추출과 투과 추출의 시뮬레이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침지 추출은 맛의 변화가 적고 맛이 일정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컨트롤할 수 있는 폭이 한정된다는 뜻입니다. 맛을 세심하게 컨트롤을 하고 싶다면 투과 추출이 적합합니다. 커피의 다양한 맛 성분을 어떻게 끌어내서 맛을 결정할지,  그 프로세스를 즐기는 것도 투과식 추출의 묘미입니다. 추출 조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페이퍼 드립은 폭넓은 맛을 뽑아내는 도구인 셈입니다. 맛의 컨트롤 법칙을 명확히 하려면, 조건이 일정한 기본 추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페이퍼 드립을 선택하는 이유

커피 추출의 구조는 매우 이론적입니다. 그 이론을 이해하고 제현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며, 일부 사람에게만 허락된 마법과 같은 것이 아니다. 우선은 기본 추출을 확실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어려워야 좋고 값진 것이라 믿는 숙련된 기술자일수록, 그 비법을 후계자에게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커피의 즐거움을 전하고, 커피를 맛보게 하는 것이 우리의 본래 바람입니다.

페이퍼 드립은 추출 도구를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고, 간단한 설명서를 읽으면 누구라도 쉽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출 도구가 각 가정에 있다면 가정으로의 보급과 원두의 포장 판매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더 멋진 점은 초심자부터 상급자까지 완전히 똑같은 도구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한다는 것입니다. 조건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가볍게 마시는 커피에서 궁극의 맛을 지닌 커피까지 추출할 수 있는 놀라운 물건인 셈입니다.

추출이 끝나면 종이필터째로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만입니다. 융을 세탁하는 수고도 들지 않고, 가게나 가정의 배관이 커피 미분으로 막힐 걱정도 없습니다. 다른 추출 도구보다 손질도 간단합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즐겨 사용할 수 있으며, 더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싶은 의욕도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