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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전도에 따른 맛의 변화와 약배전의 주의사항

배전도에 따른 맛의 변화

배전도에 주목하여 살펴보면, 원하는 맛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각 생두 타입에 맞는 적절한 로스팅인지 확인하고 배전도에 따른 맛의 특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말해 로스팅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믿을 만한 구입처에서 산 원두라면, 그 배전도로 원하는 맛을 제대로 끌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커피의 배전도와 맛의 변화'의 관계를 기억해두면 대략적인 맛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맛의 변화는 신맛은 배전도가 약한 쪽에서 강하고, 중배전에서 최고점에서 이르렀다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쓴맛은 중배전부터 서서히 늘어나며, 강배전까지 우상향으로 강해집니다. 이 2가지 주요 맛의 밸런스에 따라 맛이 대부분 결정됩니다.

원두를 사거나 자가 배전을 할 때도, 생두의 종류와 배전도의 관계가 딱 들어맞지 않아도 폭넓게 대응할 수 있는 커피콩이 있으므로, 실제로 추출해서 커핑(cupping)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지금까지의 이론을 이해했다면,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 미각으로도 느껴봐야 합니다.

이 글의 마지막에 카페에서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의 커핑(cupping) 방법을 소개할 것입니다. 간단한 평가양식도 소개하고 있으므로, 실제로 추출 · 커핑(cupping)해서 로스팅에 따라 달라지는 맛을 체감하기 바랍니다. 실제로 느낀 맛을 기록하고 비교하며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배전의 주의점

배전도에도 유행이 있으며, 새로운 가게는 유행하는 맛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일도 많습니다. 최근 서드 웨이브(third wave) 계열의 커피숍에서는 약배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약배전의 원두는 쓴맛이 거의 나지 않아서 주로 신맛이 느껴지지만, 커피콩 본래의 신맛을 로스팅으로 적절히 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로스팅 시간이 짧아서 원두의 중심까지 가열되지 않아 속 쓰린 신맛이 나기도 합니다.

이는 명백히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커피입니다. 약배전이라도 원두의 중심까지 확실히 가열한 약배전이라면, 속 쓰린 신맛이 아닌 본래의 신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점에 주의해서 원두를 골라야 합니다.

 

또한, 적절한 약배전이라도 추출할 때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약배전은 입자의 밀도가 높아서 침전하기 쉽고, 추출 속도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대회에서는 커피가 침전해서 막히지 않도록 저어가며 추출하는 강제적인 방법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드립인데도 투과하는 식이 아닌 침지식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추출 속도가 늦어지면 떫은맛이 나오므로 되도록 빨리 추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루를 굵게 분쇄하고,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 원추형 등의 드리퍼에서 높은 온도로 빠르게 추출해야 합니다. 여분의 떫은맛이 나오지 않는 신속한 추출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컨트롤 방법을 이 글을 통해 익히길 바랍니다.

 

 

b. 가루의 굵기(분쇄도)

앞서 소개에서는 맛있는 커피, 즉 좋은 커피의 4가지 조건 중 마지막으로 '갈아서 바로 추출한 커피'를 꼽았습니다. 커피는 원두 그대로 보존해서 추출 직전에 가루로 분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는 원두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며, 신선한 커피가 아니면 추출할 때 충분히 부풀어 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루로 분쇄하면 표면적이 넓어지고, 탄산가스가 빠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동시에 향도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원두를 분쇄할 때는 그라인더를 사용합니다. 곱게 갈면 좋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가루의 굵기(분쇄도)는 추출 성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굵기가 고우면 가루의 표면적이 넓어지므로 추출되는 성분도 많아집니다. 따라서 액체의 농도가 진해지고 쓴맛도 강해집니다. 반대로 굵기가 거칠면 가루의 표면적이 줄어들어 추출되는 성분도 적어집니다. 당연히 농도는 옅어지며 쓴맛이 약해집니다. 쓴맛이 약해지면 신맛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또한 가루의 굵기는 추출 후반의 조건인 추출 시간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굵기가 고우면 다른 조건을 똑같이 해도 추출 시간이 길어집니다. 거친 가루 사이를 빠져나오는 것과 고운 가루 사이를 빠져나오는 것, 둘 중에서 후자의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추출 시간이 늘어나면 커피 전체의 농도가 진해지며, 원래는 추출하고 싶지 않았던 성분까지 빠져나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원두를 갈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4가지입니다.

 

                                                                         ① 굵기를 균일하게 분쇄합니다.

                                                                         ② 미분이 생기지 않게 합니다.

                                                                         ③ 열이 발생하지 않게 합니다.

                                                                         ④ 추출 방법에 알맞은 굴기로 분쇄합니다.

 

실제 추출 작업은 원두를 가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분쇄 직후'가 원칙이라고 해도 굵기가 일정하지 않고 미분이 많으면, 원두를 살 때 업소용의 품질 좋은 분쇄기로 갈아서 되도록 빨리 사용해버리는 편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각 항목에 관련된 이유와 설명을 이해하기 바랍니다.

 

 

미분이 생기지 않게 한다.

미분은 가루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작은 입자로 원두를 분쇄할 때 반드시 생깁니다. 미분은 커피맛에 나쁜 영향을 끼쳐서 불쾌한 맛과 떫은맛의 추출로 이어집니다. 되도록 미분이 적은 편이 좋습니다.

게다가 까다로운 점은, 그라인더 내부에 미분이 달라붙는 것입니다. 아무리 신선한 원두를 준비해도 언제 달라붙었는지 모를 미분이 산패했다면, 로스팅해서 바로 분쇄한 원두를 사용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미분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되도록 미분이 발생하지 않는 고성능 그라인더를 사용하고, 그라인더에 달라붙은 미분을 매번 제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도 미분이 발생할 때는, 분쇄 후 굵기가 균일해지도록 차 거름망 등으로 미분을 제거하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미분이 섞인 커피는 여과에도 방해가 됩니다. 미분이 많으면 종이필터를 통과하는 물의 유량이 줄어들고 추출 시간도 늘어나므로, 일반적인 잡미와 잘 분리되지 않습니다.

또한, 종이층을 통과하기까지 커피가루층 안에서도 가루와 가루 사이에 미분이 들어가 막혀버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돌담 등을 보면 큰 돌 사이를 작은 돌로 채운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그와 같은 상태가 됩니다.

 

굵기를 균일하게 분쇄한다.

굵기가 고르지 않으면 나중에 물 온도 등으로 조절해도 물에 녹아 나오는 성분을 원하는 대로 추출하기 어려워집니다. 커피의 맛과 농도가 뒤죽박죽 되어버립니다. 그라인더를 고를 때는 균일하게 갈리는지 주의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그라인더는 칼날 구조에 따라 블레이드 그라인더, 버 그라인더(플랫 커터 또는 코니컬 커터), 롤 그라인더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블레이드 그라인더는 전동식이라도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제품이 많지만, 일정 크기 이하로 작아진 가루를 도중에 내보내는 장치가 없는 것도 많으며, 그럴 때는 미분이 많아지고 굵기가 고르지 않게 되므로 주의합니다. 가정용 핸드밀이나 업소용 전동 그라인더 대부분은 버 그라인더이며, 제대로 관리해서 사용하면 충분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또한 롤 그라인더는 굵기가 고르게 갈리지만 매우 고가여서 대기업의 로스팅 공장 등에서 사용합니다.

업소용 그라인더는 칼날의 재질도 내구성이 좋은 제품이 많지만, 미분 제거와 함께 그라인더 날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굵기가 일정하지 않거나 눈으로 봐서 칼날이 무뎌졌다면 칼날을 교환하거나 갈아야 합니다.